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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소식] 신경외과학교실 김영구 교수, "약물 치료 안되는 뇌전증, 로봇수술로 효과 극대화"

  • 의과대학 관리자

"약물 치료 안되는 뇌전증, 로봇수술로 효과 극대화"

김영구 이대목동병원 교수 "수술로봇 기반 정밀성 더해져 완치 근접한 결과 기대 가능"


“뇌전증 환자 10명 중 3명은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이 가운데 1명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적잖은 환자들은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수술이라는 선택지를 잘 선택하면 완치에 가까운 결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신경외과 김영구 교수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뇌전증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뇌전증은 뇌(腦) 특정 부위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뇌 전반으로 퍼지면서 경련이나 의식 소실, 감각 이상 등을 유발하는 만성신경계 질환이다. 약물로 증상이 조절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환자는 반복적인 발작과 함께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특히 소아기부터 질환을 앓은 환자들은 경제활동이 어렵고 장기 투병에 익숙해져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치료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에선 낙인과 오해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도 여전하다.



정밀수술 진화…신경계 치료 로봇 등장, 뇌전증 수술 새 패러다임 변화

김 교수는 “뇌전증은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 전략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며 “최근에는 수술로봇 도움을 받아 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졌고, 치료 효과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정교한 미세 뇌수술이 가능한 신경계 치료 로봇 ‘카이메로(KYMERO)’를 활용해 로봇 뇌수술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카이메로는 뇌전증뿐 아니라 파킨슨병, 뇌종양 조직검사, 뇌출혈 수술 등 다양한 신경외과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최첨단 국산 수술로봇이다. 환자 머릿속에 X, Y, Z 좌표를 설정하면 로봇이 수술용 기구를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위치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수술자가 직접 좌표를 계산하고 기구를 고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로봇이 자동으로 좌표를 계산하고 기구를 세팅함으로써 수술 정밀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수기로 좌표를 맞추고 전극을 삽입했지만, 지금은 로봇이 미세 단위까지 정확히 계산해준다”며 “수술 속도가 빨라지면 마취 시간과 출혈 위험이 줄고, 환자 회복도 훨씬 빨라진다”고 말했다.


SEEG·뇌종양 생검 등 고난도 수술에 '정밀성' 극대화

로봇은 뇌심부자극술(DBS), SEEG(입체뇌파검사) 같은 고난도 수술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SEEG는 대표적인 적용 사례다. 이 수술은 뇌전증 원인 부위를 찾기 위해 환자 뇌에 전극을 10~20개가량 삽입해 전기 신호를 분석하는 고난도 시술로, 전극 하나하나를 정확한 위치에 심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의 정밀도가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일일이 좌표를 계산하고 수기로 전극을 삽입해야 하는 탓에 반나절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하지만 로봇을 활용하면 사전에 입력한 X, Y, Z 좌표에 따라 로봇 팔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정확한 위치에 빠르게 전극을 삽입할 수 있다. 수술은 약 2시간 이내로 대폭 줄었고, 마취 시간 단축과 감염 위험 감소 등 환자 부담도 함께 낮아졌다.

카이메로는 뇌종양 수술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특히 깊은 부위에 위치한 소형 종양은 조직을 정확하게 채취하지 못하면 정상 뇌조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작고 깊이 있는 종양에서 생검이 필요한 경우, 로봇은 타깃을 정확히 조준해 불필요한 뇌 손상을 줄이면서도 조직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 이대목동병원 신경외과 김영구 교수가 뇌전증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구교윤 기자



“뇌 수술, 두려움 영역 아니다…시작은 정확한 진단부터 출발”

로봇수술은 환자 반응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로봇수술 관련 보도를 보고 병원을 찾아와 ‘로봇으로 수술이 가능한지’ 직접 문의하는 사례도 있다”며 “수술 부담을 줄이고 최신 기술로 치료받고자 하는 심리적 신뢰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로봇수술 도입은 병원 진료 시스템 전반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김 교수는 “로봇이 도입되며 다양한 수술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병원이 됐다”며 “이제는 환자들이 먼저 병원을 찾아오고 신경과 교수들도 ‘우리 병원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대목동병원은 뇌심부자극술, SEEG, 생검 등 고난도 수술을 꾸준히 시행하며, 로봇 뇌수술 가능 병원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서울 서남권에서 로봇 뇌수술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인근 병원들과 협진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환자가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수술만 이대목동병원에서 시행하고, 다시 원래 병원으로 복귀해 치료를 이어가는 구조다. 실제로 홍익병원, 이대서울병원 등과는 네트워크가 가동 중이다.

김 교수는 “뇌 수술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혼자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기보다 병원을 찾아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수술 여부는 진단 이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경외과와 신경과 유기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정확하고 안전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이대목동병원이 신경계 로봇수술 분야에서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출처: https://www.dailymedi.com/news/news_view.php?ca_id=22&wr_id=924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