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소식] 흉부외과학교실 송석원 교수, “초응급 환자, 단 한명도 거절 안 해”
송석원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장이 지난 10일 병원에서 대동맥 치료 시스템과 첨단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동맥혈관만 보는 병원을 만드는 것. 꿈만 꾸던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송석원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장은 긴장과 흥분을 동시에 느꼈다. 적자 일색이라는 비아냥을 감내하고 눈칫밥을 먹으며 '미운 오리 새끼'가 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10명의 팀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떠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년이 지난 현재. 유경하 의료원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의료진의 팀워크, 그리고 첨단 기술을 통해 그는 대동맥 치료의 '최종병기'로 누구보다 큰 날개를 단 백조가 됐다.
대동맥 환자를 보는 센터는 많다. 하지만 대동맥혈관질환 환자만을 전담 치료하는 전문화된 병원은 이대서울병원이 유일하다. 이름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다. 어느 센터보다도 많은 130여명의 인원과 2개의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비롯한 첨단 장비로 무장한 채 센터급이 해결하기 힘든 중증 환자를 책임진다. 대동맥 치료의 종착지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다. 지난 10일 병원에서 만난 송 병원장은 "매달 전국에서 80명의 대동맥 환자가 찾아온다"며 "74개 병상이 모두 차 있고 다른 병동에 30여명이 더 입원해 있다. 앞으로 병원장, 의료원장, 기획실 등이 위치한 층도 병실로 전환해 24병상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 말했다.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 응급실 출입구. 응급의료센터와 별도로 마련돼 있다.
대동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탄력 있는 혈관이다. 심장이 뿜어내는 혈액을 몸 곳곳에 보내며 장기와 조직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만큼 대동맥이 부풀어 오르고(대동맥류) 터지거나 찢어지면(대동맥박리) 우리 몸은 생사를 오가는 초응급 상황에 놓인다. 고혈압, 동맥경화, 흡연, 스트레스 등 위험인자가 다양한데다 몸속 깊은 곳에 있는 탓에 문제가 생겨도 모르다 급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동맥 환자를 보는 의료진은 매일 사선을 오간다. 수 분 차이에도 환자의 생사가 갈려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이대서울병원은 120여명의 의사, 전담간호사, 체외순환사가 한 몸이 돼 24시간 환자를 위해 대기한다. 언제 대동맥이 터져 올지 모르는 환자를 위해 수술실 1개를 항상 비워 둔다. 응급환자가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병원에 도착하는 즉시 수술실(3층)·중환자실(5층)로 옮기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E-xpress)'으로 생존율을 끌어올린다. 송 병원장은 "응급 환자의 경우 거의 100% 즉시 입원 조치한다. 개원 후 단 한 건의 전원 요청도 거절한 적 없다"고 했다.
송석원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장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팀워크는 첨단 장비를 만나 개화한다. 대동맥 치료의 최신 트렌드는 하이브리드 수술이다. 외과수술과 중재 시술(스텐트 크래프트)을 한 자리에서 선택 집도해 합병증을 낮추고, 치료 효과는 높인다. 외과수술은 복잡하고 위험한 부위도 치료할 수 있지만 심장을 정지시켜야 하고, 가슴·복부를 30㎝에서 최대 1m 이상 절개해 후유증 위험이 크며 흉터가 남는다. 중재 시술은 수 센티미터의 작은 절개창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액 통로를 만든 방식인데 위험도는 낮아도 치료 범위가 한정돼 있다.
이런 외과수술과 중재 시술의 장점만 선택할 수 있는 수술법이 바로 하이브리드다. 기존에는 수술과 시술 공간이 따로 있어 환자가 이동해야 했다.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도, 감염 위험을 배제하기도 어려웠다. 하이브리드 룸은 조영 장비를 활용한 혈류 확인, 혈전 제거 등 문제 해결이 수술 중 즉시 가능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예컨대 응급환자를 외과 수술하다 다리로 가는 혈류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막히면 즉시 고정형 플렉스 암(Flex Arm)과 같은 첨단 영상 장비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보며 스텐트 시술을 집도할 수 있다.
플렉스 암은 천장에 고정된 상태에서 자동으로 원하는 위치로 이동한다. 수술대와 연동돼 거리가 가까우면 자동 정지하거나 경고 알람이 작동하는 등 환자 안전까지 고려한 설계가 특징이다. 현재 대동맥혈관병원 하이브리드 수술실에는 이런 기능이 탑재된 필립스의 혈관조영장비 '아주리온 7B20/15 바이플레인'(Azurion 7B20/15 Biplane)과 최근 도입된 '아주리온 7M20 플렉스암'(Azurion 7M20 FlexArm)이 설치돼 있어 신속한 대동맥 질환 치료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이 도입한 필립스의 인터벤션 엑스레이 장비 '아주리온'(Azurion)의 모습.
이대서울병원은 두 개의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마치 하나처럼 운용한다. 중앙 통합조정실을 기준으로 양쪽에 수술실을 배치했는데 가운데는 유리 벽을 세웠다. 송 병원장은 "응급 환자가 중복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현재 수술 중인 집도의가 다른 방의 상황을 즉시 파악하고 신속하게 판단,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구축한 필립스코리아 측은 "방사선 차단 기능을 갖추면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2 in 1' 형태의 하이브리드 룸 동시 운영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필립스코리아는 이대서울병원·대동맥혈관병원과 업무협약 맺고 이 병원을 하이브리드 수술실 기반의 대동맥 혈관 질환 치료 분야의 글로벌 '우수 협력 병원'(Center of Excellence)으로 선정했다.
송석원 병원장처럼 수술과 시술 양쪽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의를 '바이배스큘러 서전'(Bi-vascular surgeon)이라고 한다. 두 치료법의 장단점을 모두 경험한 만큼 환자에게 맞춤 치료를 추천하고 실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다만, 일본과 세계 1, 2위를 다투는 수술 성적과 비교해 시술은 뒤처진 상태다. 새로운 의료기기가 국내 도입되는 데 시간이 걸려 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한다.
누구보다 앞서, 성공적으로 대동맥 병원을 구축했지만 송석원 병원장은 새로운 '라이벌'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비롯해 병원의 치료 시스템을 공개·교육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는 "다른 지역의 대동맥 응급환자가 우리 병원에 오다 사망하는 사례를 볼 때마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동맥 전담 전문의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각 지역에 새로운 대동맥 전문 병원을 만들기 바란다"며 "우리나라의 대동맥 치료 수준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게 우리 병원이 '마중물'이 되겠다"고 밝혔다.
출처: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5061911581582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