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소식] 출산 후 심장 멎은 산모, 심폐소생술로 살리고 간 이식해 또 살렸다
출산 후 심장 멎은 산모, 심폐소생술로 살리고 간 이식해 또 살렸다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태반조기박리·심정지·간부전 잇단 위기
신속 전원, 10개 진료과 협진 덕에 살아
"환자가 일상 돌아가야 장기이식 완성"
홍근(오른쪽 두 번째)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을 포함한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이 중환자실에서 간이식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지난해 7월, 임신 39주 차였던 신모(36)씨는 출산을 앞두고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태아를 분만하기 전에 태반이 먼저 떨어지는 태반조기박리로 대량 출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임신성 고혈압을 앓던 신씨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며 위기를 넘긴 듯했지만, 곧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수술 후 일반 병실에서 다시 출혈이 생겨 심장이 멎은 것이다. 의료진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해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이번에는 간성뇌증과 간부전이 잇따라 발생하며 생명을 위협했다. 간성뇌증은 간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의식 저하나 행동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대목동병원은 곧바로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에 간 이식을 의뢰했고, 신씨는 이대서울병원으로 전원돼 소화기내과 집중 치료를 받으며 이식을 기다렸다. 홍근 장기이식센터장은 “신씨는 급성 간부전으로 7일 이내에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초응급 상태인 ‘응급도 1’ 간 이식 대기자로 등록됐고, 병원을 옮긴 지 5일 만에 뇌사 기증자로부터 간을 구득해 수술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상태가 호전된 신씨는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지 24일 만에 처음으로 아들을 품에 안았다. 홍 센터장은 “응급 상황과 급성 간부전이 연이어 발생한 위중한 환자였지만 신속한 전원과 협진, 적절한 시기의 간 이식이 이뤄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외과와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비뇨기과, 중환자의학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마취통증의학과 포함 10개 진료과가 참여한다. 이와 함께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와 영양팀, 약제팀, 사회사업팀을 비롯한 지원부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환자 치료를 뒷받침한다.
협진의 가장 큰 강점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데 있다. 장기이식센터에서는 외과와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중환자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환자의 상태를 함께 논의하며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에는 사회사업팀과 정신건강의학과 면담을 거쳐 공여자의 자발성과 건강 상태도 추가로 확인한다. 생체 간이식은 건강한 기증자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국내 간 이식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식 수술이 예정되면 수술 전주 수요일에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협진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에서는 환자의 병력과 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예상되는 위험 요소를 집중 점검한다. 예를 들어 간문맥이 혈전으로 막혀 있는 경우에는 혈관 재건 방법과 연결 경로를 미리 조율하고, 마취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심폐 기능 저하 여부도 함께 평가하는 식이다. 홍 센터장은 "사전에 위험 요인을 충분히 검토하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퇴원 후 여러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은 담관이 좁아져 담즙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발생하는 담관염이다. 열이 나거나 구토, 식욕 부진을 겪기도 한다.
장기이식센터는 환자들이 겪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적절한 치료를 돕기 위해 퇴원하기 전, 영양팀·약제팀·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맞춤 교육을 한다. 면역억제제는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감염 징후는 무엇인지, 식이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교육을 받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살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센터 내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와 '핫라인'도 운영한다. 환자는 이상 증상이 생기면 언제든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할 수 있고, 코디네이터는 증상을 들은 뒤 응급실 방문이 필요한지, 경과를 지켜봐도 되는지 등을 안내해 환자가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홍 센터장은 “장기이식은 수술이 끝나는 날이 아니라,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에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 센터의 치료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홍근 장기이식센터장이 간 이식을 앞둔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에도 힘을 쏟는다. 간이식은 의료비 부담이 큰 치료인 만큼 장기이식 환자가 입원하는 단계부터 사회사업팀과 연계해 외부 기부금이나 차상위계층 지원 등 환자가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한다.
센터는 의료 환경 변화에 발맞춘 진료 모델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알코올성 간 질환이나 비만에 따른 간부전 환자 발생이 늘면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알코올성 간 질환 때문에 간을 이식받은 환자 중 상당수는 퇴원 후 알코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다시 간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홍 센터장은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소화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해 알코올 의존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맞춤형 전담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자의 피검사 수치와 영상 자료, 기증자 간 상태 같은 임상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장기이식 후 회복 가능성과 예후를 예측하는 AI 기반 모델도 개발할 방침이다.
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2211170004046?did=NA